나눔의 동산

나눔의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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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긴 겨울.. 그러나 어김없이 저 산 너머 봄이 옴을 느끼며 문안드립니다.

산골의 겨울에 지친 탓인지 환한 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묻어둔 김장김치는 거의 다 없어지고.. 주렁주렁 매달렸던 시래기도..

감자와 고구마도 다 없어졌으니 곧 봄이겠지요.

흥얼흥얼 찬양까지 부르며 냉이가 나왔나 뒤적이는 정숙이가 봄의 전령사네요.

 

 

지적장애와 청각장애가 있는 혜연이와 배가 나와 배여사로 불리는 안씨 아주머니는 단짝입니다. 요즘 둘의 대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요...

대충 입모양을 보고 맘대로 이해하고 말하는 혜연이와의 대화는 힘듭니다

 

배여사가 5살인 예린이가 똑똑하다며 예쁘다고 하니 혜연이가 말합니다.

나 이쁘다구? 머리 염색할까봐... 그리구 놀러가야지... ”

그게 아니구 예린이.... 하면 또 다시 혜연이의 엉뚱 대답이 이어지고....

그렇게 한참을 떠들며 즐거워하더니 일어서며 한마디 합니다.

낼 파트간대...” 마트를 파트라고 부르는데 가고 싶나 봅니다.

어쩌면 듣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사는 혜연이가 젤 행복하지 싶습니다.

 

 

 

점점 좋아지는 매자를 바라보는 것이 이번 겨울의 낙이었습니다.

한 줌 씩 먹던 약을 4알로 줄이고, 그 맘을 맞춰주고 품어주느라 공을 들였지요.

신뢰가 생기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표정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원체 말이 없는 편이지만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고 무슨 일이든 돕고 싶어 합니다.

 

돈을 3만원만 갖고 있고 싶다고 해서 예쁜 지갑에 넣어 주었지요.

그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꺼냈다가.. 서랍에 넣었다가 옷장에 넣었다가..

생각날 때 마다 낮에도 밤에도 만지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 그 돈보다 식구들과 마음을 나누며 사는 맛에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적장애인 기명이는 상냥하고 명랑하고.. 우리 집에선 상위그룹입니다.

간식을 나눌 때 기명이가 하고 싶어 해서 나눠주게도 하고 커피도 따라주게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식구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가만히 보니 좋아하는 식구는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식구는 아주 쪼끔만 주고...

마음 상한 식구들이 일러대니 기명이가 식구들에게 쩔쩔맵니다.

 

그래서 요즘 우리가 젤 많이 하는 얘기는 서로서로 칭찬하며 봐주며 살자입니다.

산골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의 삶이지요.

하루하루가 두렵고 떨리지만 한결같이 우리를 봐주시며 돕는 그 맘을 위해 은혜를 구하며 기도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2016223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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